2024/07/08 20

우리말 바로 쓰기(8) - '들려야' 하나 '들러야' 하나

‘들려야’ 하나 ‘들러야’ 하나“엄마, 학교 끝나고 친구 집에 들렸다 올게요.” “다른 데는 들리지 말고 빨리 와야 한다.”엄마와 아이의 대화를 옮긴 것이다. 여기에서 ‘들렸다’ ‘들리지’는 바르게 적은 것일까? 말할 때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부분인데 막상 적으려고 하니 ‘들리다’인지 ‘들르다’인지, 또 이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헷갈린다.  예문에서처럼 지나는 길에 잠깐 들어가머무르는 행위를 나타낼 때는 ‘들리다’가 아닌 ‘들르다’를 써야 한다. ‘들르다’는 ‘들르고, 들르며’ 등과 같이 활용되는데 ‘-아/-어’ 앞에서는 매개모음인 ‘으’가 탈락한다. 따라서 ‘들르-’에 ‘-어’가 결합하면 ‘으’가 탈락하면서 ‘들러’가 된다.    그러므로 예문을 “엄마, 학교 끝나고 친구 집에 들렀다 올게요” “다..

우리말 돌아보기ㅡ마조장과 마경장

마조장(磨造匠)과 마경장(磨鏡匠) 어떤 분야의 기술자를 일러 장인(匠人)이라고 한다. 사람이 살아가거나 활동하는 데 필요한 물건이 많은 만큼 각 분야 장인도 무척 많다. 국어사전 안에 그런 장인을 가리키는 낱말이 꽤 실려 있는 편이지만 누락된 장인도 상당수다. 누락된 장인 명칭을 제시하자면 한이 없고, 풀이가 이상한 장인 이야기부터 해 볼까 한다. 마조장(磨造匠) : 조선 시대에, 선공감(繕工監) 및 지방 관아에 속해 연자매를 만드는 일을 맡아 하던 사람. 연자매란 말이나 소의 힘을 빌려 돌리는 커다란 맷돌 혹은 방아를 말하는데, 마조장은 연자매만 만들던 사람이 아니다. 한자를 보면 알 수 있는 것처럼 쇠나 나무 혹은 돌을 깎아서 각종 물건을 만들던 사람이 마조장이다. 조선 시대에 선공감에 속해 있기도 ..

우리말 둘러보기(1) ㅡ 콩

알 듯 모르는 콩꼬투리, 콩깍지, 콩꺼풀‘배나무 밑에서는 갓을 고쳐 쓰지 말라’는 말이 있다.의심받을 행동을 피하라는 소리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이 말은 원래 중국 양나라의 소명태자가 엮은 시문집 에서 나온 말인데, 여기에서는 李下不整冠(이하부정관), 즉 오얏나무 밑에서는 갓을 고쳐 매지 말라고 했기 때문이다. 어원을 살피면, 갓을 고쳐 매지 말아야 할 곳은 ‘배나무 밑’이 아니라 ‘오얏나무 밑’, 즉 ‘자두나무 밑’이라는 얘기다.그러나 속담 등에서 중요한 것은 글자의 의미가 아니라 글 속에 담긴 뜻이다. 자두나 배 모두 훔쳐서라도 먹고 싶은 맛난 과일이므로, “오해를 받을지 모르는 일은 하지 말라”는 뜻으로 ‘자두’와 ‘배’ 아무것이나 써도 상관없다.우리 속담에는 이처럼 꼼꼼..

우리말 음미(2) ㅡ'변죽'

'변죽' 변죽’이란 그릇이나 물건의 가장자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변죽을 울린다’는 말은 가장자리를 쳐서 복판을 울리게 하거나 그러리라는 예고를 한다는 뜻이다. 입말로 가장 많이 쓰는 변죽은 장구와 과녁이다. 장구의 경우 쇠가죽 중앙을 복판, 끝부분을 변죽이라고 한다. 변죽을 두드리면 경쾌한 소리 대신 툭툭거리는 탁음이 난다. 보통 변죽을 먼저 쳐서 연주가 시작되는 것을 알리는데, 그래서 ‘변죽 울리다’는 본론을 말하지 않고 간접적으로 알아차리게 한다는 뜻이다. 과녁의 경우 점수판 가장자리를 변죽이라고 한다. 화살이 변죽에 맞아 튕겨져 나가면 ‘변죽을 치다’라고 해 할 말을 곧장 하지 않고 상대가 헤아릴 수 있도록 넌지시 말한다는 뜻이 된다. 우리말에는 비유·속담·숙어 등이 많은 편인데, 에둘러 말함으로..

사귐과 관련된 우리말

사귐’과 관련된 우리말 친하다, 서먹서먹하다, 애틋하다 등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관계에서도 다양한 말이 쓰인다. 사귐과 관련된 우리말을 알아본다. ▶너나들이 : 서로 너니 나니 하고 부르며 허물없이 말을 건네는 사이 - 우리는 비밀이 없을 정도로 너나들이하는 사이입니다. ▶섬서하다 : 지내는 사이가 서먹서먹하다 - 고향에서 떠나 지내다 보니 동창들과 섬서해졌어. ▶짝지 : 뜻이 맞거나 매우 친한 사람을 이르는 말 - 우리는 만난 지 얼마 안 됐는데 어느새 둘도 없는 짝지가 되었다. 국립국어원 제공

우리말 음미(1) ㅡ나라 이름

나라 이름 "우여곡절 끝에 개최한 2020 도쿄올림픽이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이번 올림픽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 회원국 206개국 중 북한이 불참했고 난민 올림픽 선수단이 참가해 총 206개 팀이 아름다운 승부를 펼치게 됐다. 참가국 중에는 미국이나 중국, 프랑스처럼 익숙한 이름도 있지만 나미비아 같은 다소 낯선 이름도 눈에 띈다." 우리가 나라 이름을 부르는 방식에는 몇 가지 유형이 섞여 있다. 그 나라에서 쓰는 이름대로 지명이 정해진 경우도 있고 외부에서 부르는 이름을 따라 공식 지명을 삼는 경우도 있다. ‘한국’은 우리가 우리나라를 부르는 내부 지명이고 ‘코리아’는 외국에서 우리나라를 부르는 외부 지명이다. 오스트리아 사람들이 쓰는 내부 지명은 외스터라이히이고 ‘오스트리아’는 영어식 외부 지명인데..

우리말 찾기 - 직업과 관련된 우리말

직업과 관련된 우리말다양한 세상만큼 직업도 다양하다.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바른말, 우리말을 써주는 게 어떨까. 직업과 관련된 우리말을 알아본다.▶동산바치 : 채소, 과일, 화초 따위를 심어서 가꾸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나무 심기를 좋아했던 나는 일찍이 동산바치가 되기로 했다.▶보자기 : 바다에 들어가서 조개, 미역 따위의 해산물을 따는 일을 하는 사람.-제주도 바닷가에 가면 보자기들이 갓 딴 신선한 전복을 맛볼 수 있다.▶여리꾼 : 상점 앞에 서서 손님을 끌어들여 물건을 사게 하고 주인에게 삯을 받는 사람.-여리꾼의 화려한 말솜씨 덕분에 가게 안은 손님으로 가득 찼다.

우리말 나들이 - 사족을 못 쓰다

사족을 못 쓰다.‘영화라면 사족을 못 쓴다’ ‘친구라면 사족을 못 쓴다’처럼 무슨 일에 반하거나 혹하여 꼼짝을 못 할 때 ‘사족을 못 쓴다’고 한다.‘사족(四足)’은 짐승의 네 발을 뜻하는 말로 사람으로 치면 두 팔과 두 다리를 말한다. 즉, ‘사족을 못 쓴다’는 말은 팔다리가 움직이지 않을 정도로 몹시 좋아한다는 뜻이 된다. 그러나 사족은 보통 짐승에게 쓰는 말로 사람한테 쓰기에는 그다지 좋지 않은 표현이다.같은 뜻으로 ‘오금을 못 쓰다’ 혹은 ‘오금을 못 펴다’라는 말도 있다. ‘오금’은 무릎 뒤쪽의 구부러지는 오목한 부분인데, 오금을 못 쓴다는 것 역시 꼼짝 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말은 좋아서 마음이 끌리는 경우 보다는 두려움 때문에 움직일 수 없을 때 주로 쓰인다.

우리말 깊이 보기 - '내일, 모레, 글피'

우리에게는 ‘내일’보다 먼 모레·글피가 있다“우리는 ‘내일(來日)’이라는 순우리말이 없을 정도로 미래를 모르는 민족이다.”라는 말을 종종 접한다. 참 웃기는 소리다.순우리말에는 ‘내일’보다 더 먼 미래인 ‘모레’는 물론이고,그보다 더 먼 미래를 뜻하는 ‘글피’와 ‘그글피’도 있다.다만 이상하게 ‘내일’을 뜻하는 순우리말이 없다.그러나 원래부터 없던 것은 아니다. 중국 송나라 때의 책 에는 당시 고려 사람들이 쓰던 단어가 수백 개 실려 있다. 그중에는 고려 사람들이 ‘명일(明日: 오늘의 바로 다음 날)’을 ‘할재(轄載)’로 말한다는 대목이 나온다.그런데 ‘할재’는 고려 사람들이 내일의 의미로 쓰던 ‘어떤 말’을 중국 발음에 가까운 한자로 적은 것이다. 현재 중국에서 코카콜라를 ‘가구가락(可口可樂)’으로 적..

성경의 번역과 수집(4)- 언어와 방언의 문제

언어와 방언의 문제인류가 문자 기록으로 번역을 시작한 이래 지금껏 가장 많은 언어로 번역된 책이 그리스도교의 신구약 성경임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도대체 이 성경이 현재까지 몇 개 언어로 번역되었나 하는 질문에 정확히 대답하기는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성경의 번역량이 엄청나게 많고 또 끊임없이 번역이 계속되고 있어, 그 자료를 한눈에 들어올 수 있도록 모으는 일이 쉽지 않은 까닭도 있지만, 그보다 이 질문에 대한 정확한 대답을 내기 어려운 이론적인 난점이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한국어에 국한하여 생각해 보기로 합니다. 우리 민족이 사용하는 한국어는 한 종류뿐이라고 흔히 생각하므로, 각 언어로 번역된 성경의 수를 집계할 때 한국어 성경은 1개라고 말할 것입니다. 그러나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