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다툼을 벌이는 봄꽃들의 향연속속들이 봄의 한복판이다. 봄꽃들의 이어달리기에 ‘꽃멀미’가 날 정도다. 동백이 매화에 바통을 넘기는가 싶더니 어느새 100년 만에 가장 일찍 개화한 벚꽃이 탐스러운 자태를 뽐낸다. 이에 질세라, 남녘에서부터 올라온 진달래가 산야를 붉게 물들인다. 하나같이 철겨움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철다툼’을 벌인다. 철겨움은 제철에 뒤져 맞지 않은 걸 말한다.몇 년 전 TV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꽃도 이런 인간사를 닮아가는 듯싶다. 간발의 차로 흐드러지게 피어 봤자 들러리임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허름한 담벼락이라도 먼저 꽃망울을 터뜨리려 안간힘을 다하는 것 아닐까?마치 저절로 삶이 열리는 게 아님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