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09 7

우리말 둘러보기(4) - 철다툼을 벌리는 봄꽃들의 향연

철다툼을 벌이는 봄꽃들의 향연속속들이 봄의 한복판이다. 봄꽃들의 이어달리기에 ‘꽃멀미’가 날 정도다. 동백이 매화에 바통을 넘기는가 싶더니 어느새 100년 만에 가장 일찍 개화한 벚꽃이 탐스러운 자태를 뽐낸다. 이에 질세라, 남녘에서부터 올라온 진달래가 산야를 붉게 물들인다. 하나같이 철겨움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철다툼’을 벌인다. 철겨움은 제철에 뒤져 맞지 않은 걸 말한다.몇 년 전 TV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꽃도 이런 인간사를 닮아가는 듯싶다. 간발의 차로 흐드러지게 피어 봤자 들러리임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허름한 담벼락이라도 먼저 꽃망울을 터뜨리려 안간힘을 다하는 것 아닐까?마치 저절로 삶이 열리는 게 아님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이....

우리말 둘러보기(3) - '밥'에 관한 말

밥에 관련된 우리말‘만승천자(萬乘天子)라도 식이위대(食以爲大)’라고 했다. 먹는 일이 가장 급하고 중요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말속에는 ‘밥’이 들어가는 말이나 밥을 지칭하는 단어가 많다. 먹는 사람, 먹는 때, 밥의 상태, 담는 모양, 형태 등등에 따라서도 다양하게 불리어진다.1. 수라 : 임금이 먹는 밥2. 진지 : 양반이나 웃어른이 먹는 밥3. 입시 : 하인이나 종이 먹는 밥4. 메 : 귀신이 먹는 밥5. 강다짐 : 국이나 물이 없이 먹는 밥6. 매나니 : 반찬 없이 먹는 밥(맨밥)7. 곱삶이(두 번 삶는다) : 꽁보리밥8. 소금엣 밥 : 반찬이 소금뿐인 밥9. 대궁밥 : 남이 먹다 남은 밥10. 눈칫밥 : 남의 눈치를 보아가며 먹는 밥11. 공밥 : 돈을 내지 않고 거저 얻어먹는 밥12. ..

우리말 바로 쓰기(10) - '해님?, 햇님?'

‘해님’이냐, ‘햇님이냐’우리말은 단어와 단어가 결합해서 신조어를 만든다. 이런 단어 형태를 문법 용어로 복합어라 한다. 이 복합어에는 두 단어가 결합하는 방식의 합성어가 있고 한 단어에 접사가 결합하는 파생어가 있다. 사잇소리는 합성어에만 적용하고 파생어는 해당하지 않는 맞춤법 규칙이다. 그래서 ‘해님’의 ‘해’에 접사 ‘님’이 결합하는 형태이기에 ‘해님’이 바른 표기이다.사잇소리 중 하나인 ‘사이시옷’을 활용하는 경우는 순우리말 합성어로서 앞말이 모음으로 끝난 단어와 순우리말과 한자어가 결합한 합성어로서 앞말이 모음으로 끝난 경우이다. 사례를 보면, ‘나룻배’는 ‘나루’에 ‘배’가 결합한 합성어인데 앞말이 모음으로 끝난 경우로 ‘ㅅ’을 첨가한다. 그리고 ‘찻잔’은 순우리말인 ‘차’와 한자어인 ‘잔’이..

우리말 바루기ㅡ'흐지부지'

흐지부지일의 옳고 그름을 분명히 가리지 않고 어영부영 넘어가거나, 거창하게 시작한 일이 하는 둥 마는 둥 끝날 때 '흐지부지'라고 표현한다.순우리말 같지만 실은 사자성어인 '휘지비지(諱之秘之)'가 변한 말이다.휘(諱)는 꺼린다는 뜻이다.죽은 사람이나 높은 이의 이름을 가리키기도 한다.비(秘)는 비밀로 감추어 숨긴다는 뜻이다.그러니까 ‘휘지비지’는 자꾸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 꺼려져서 드러나지 않도록 감춘다는 의미이다.‘휘지비지’를 쉽게 소리 나는 대로 적다 보니 '흐지부지'가 되었다.원래의 의미도 흐지부지 잊혀 일의 결말이 ‘용두사미’로 끝나거나 사라져 버렸을 때 쓰이고 있다.예전에는 부모나 임금님의 이름자를 함부로 입에 올리지 않았다.이런 것을 ‘기휘(忌諱)’라고 한다.기(忌)는 '꺼린다'는 뜻이니, 기..

우리말 둘러보기(2) - 고추, 곤죽, 알탕

고추 - 곤죽 - 골탕‘고추’는 우리 음식상에 없어서는 안 될 대표적 채소다. 고추가 조선 중기에 우리나라에 들어올 때 이름은 고초(苦草)였다. 글자 그대로 풀이하자면 ‘쓴 풀’이라고 하겠는데, ‘고초’가 후대로 내려오면서 소리의 변화(이화 작용)를 일으켜 ‘고추’가 되었다. 고추의 그 길쭉하고 뾰족한 모양에 착안하여 그와 비슷한 남자의 상징을 ‘고추’로 비유하기도 하였다.참고로 오늘날 매운 고추를 ‘청양고추’라 하는데, 이는 매운 고추로 유명한 경상북도 ‘청송’과 ‘영양’에서 한 글자씩 따서 ‘청양고추’라 부르게 되었다. 충청남도 ‘청양’에서 비롯되었다 함은 잘못이다.‘곤죽’은 밥이나 땅이 몹시 질퍽질퍽한 상태, 일이 엉망이 되어 갈피를 잡기 어려운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다. 원래 곤죽은 곯아서 썩은 죽..

우리말 바로 쓰기(9) - '하루 1회 도포'

‘하루 1회 도포’가 무슨 뜻인가요?손가락에 가벼운 상처를 입어 연고를 발랐다. 겉에 적힌 설명서를 보니 “1일 1~2회 적당량 환부에 도포”라고 돼 있다. ‘환부’는 알겠는데 ‘도포’는 도무지 무슨 말인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의약품에는 “경구 투여 금지”라는 표기가 있는 것도 있다. ‘경구’가 무슨 뜻인지 전혀 와닿지 않는다. 진통제 등 알약에는 ‘서방정’이라 표기된 것도 볼 수 있다. 무슨 말인지 감이 잡히지도 않는다.  ‘도포(塗布)’는 약 등을 겉에 바르는 것을 뜻하는 한자어다. ‘경구(經口)’는 약이나 세균 등이 입을 통해 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는 단어다. ‘서방정(徐放錠)’은 서서히 효과를 나타내는 알약이란 뜻이다. 영어의 ER(extended release)에 해당하는 내용을 번..

우리말 바로 알기 - 함진아비

함진아비혼례를 치르기 위해서는 함을 팔고 사야 한다. 그래서 함진아비가 동원되고 동네방네 소리지르며 “함 사세요!”외고 외친다. 하지만 본래 함을 질 수 있는 것은 ‘아들 낳은 사람’만 자격이 있다. 그래서 과거에는 백부(伯父큰아버지)가 함을 지고 가는 경우가 많았다. 함을 지고 가면서 오징어를 얼굴에 붙이고 숯을 칠하는 등 험상궂게 하고 가는 것은 사악한 귀신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벽사의 의미가 있다. 요즘은 마부가 있고, 함진사람이 말을 흉내내고 있지만 이러한 행위는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함진아비’라는 말은 ‘함지다’의 관형사형 ‘함진’과 명사 아비(부(父)가 결합된 어형이다.(조항범, ) 조 교수는 여기서 아비의 의미를 ‘남자’로 보았다. ‘기럭아비, 장물아비, 중신아비’ 등에서 보이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