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어 성경(1) *
여기서 북한어란 말을 썼습니다만, 서로 다른 언어라도 상대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말일 경우 방언이라고 말하므로 차라리 북한 방언이란 말이 더 적절하겠습니다.
종교란 아편에 불과하고 모든 종교를 탄압한다고 알려진 북한에 북한말로 된 성경이 있다는 말이 이상하게 들리겠습니다만,
어쨌든 북한 평양에서 출판된 북한말 성경이 있고, 또 한국에서 북한 포교를 위해 출판한 북한말 성경도 있습니다.
먼저 북한에서 정식으로 출판된 북한말 성경을 소개하겠습니다.
이 성경은 평양에 있는 조선기독교련맹 중앙위원회에서 1990년 발행한 신구약 성경입니다.
북한에서 누가 이 작업을 했는지 알 수 없고,
과연 당시 북한에 이런 성경 번역을 할 역량이 있는 종교인이나 학자가 있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이 북한말 성경은 1997년 서울에서 나온 공동번역 성서와 개신교의 개역성경을 참조하여 약간 손질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한국의 공동번역 성서와 비교하여 북한말 성경의 특이점을 우선 몇 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북한말 성경은, 당연한 말이 되겠지만, 북한의 철자법을 따라 기록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띄어쓰기(이것도 북한 표기법대로 하면 ‘띄여쓰기’가 됩니다.)와 외래어 표기 등이 서로 다릅니다.
우선 성경의 편명(篇名) 이름부터 들어 보면(괄호 안은 공동번역 성서의 표기),
‘렬왕기(열왕기), 력대기(역대기) ; 출애급기(출애굽기), 사사기(판관기), 에스더(에스델), 마태복음(마태오의 복음서), 빌레몬서(필레몬에게 보낸 편지)’ 등입니다.
그런데도 ‘요한의 묵시록’(공동번역)은 개신교의 ‘요한 계시록’이 아니라 그냥 ‘묵시록’으로 되어 있습니다.
또 신약 마태오 복음서 6장의 ‘주님의 기도’는 그 중의 ‘량식’을 제외하고 공동번역과 띄어쓰기까지 완전히 동일합니다.
그러나 공동번역의 “나더러 ‘주님, 주님’ 하고 부른다고 다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이라야 들어 간다.”는 “나더러 <주여, 주여> 하는 사람마다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나의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이라야 들어갈 것이다.” 로 되어 있습니다.
둘째, 가장 놀라은 사실은 공동번역의 ‘하느님’을 ‘하나님’으로 고치지 않고 그대로 쓰고 있다는 점입니다.
개신교의 개역성경을 상당히 참조하고 있으면서 개신교식으로 ‘하나님’으로 바꾸지 않은 이유도 알 수 없습니다.
“하느님은 이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셔서 외아들을 보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든지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여 주셨다.”
(북한말 요한복음 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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