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번역과 수집(오빠金東昭님 著)

성경의 번역과 수집(9) ㅡ 동아시아의 '하느님'이란 말

김혜란골롬바 2024. 7. 22. 12:40

동아시아의 ‘하느님’이란 말

많은 언어에 분포되어 있거나 반드시 많은 수의 사람들이 쓰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어 주위 동양권 언어의 성경에서 사용되고 있는 ‘하느님’이란 낱말을 찾아보기로 합니다.

우선 일본어에서 쓰이는 Kami(神)라는 말은 그 원뜻은 알 수 없으나 가톨릭 개신교의 성경에서 공통으로 쓰이는 ‘하느님’이란 뜻의 낱말입니다.
이 낱말과 관련 있다고 믿어지는 것이 아이누 사람들이 쓰던 Kamui라는 말입니다.
아이누 사람은 과거에는 일본 전토에 분포되어 있었으나 20세기 초까지 일본 북쪽 [北海道]에 소수가 거주하면서 아이누 말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현재 그 민족은 남아 있지만 아이누 말은 완전히 소멸되어 버렸고,
일부 학자들을 중심으로 이 말을 복원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흥미 있는 것은 아이누Kamui가 '곰(熊)‘이란  뜻도 갖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일본어의 유일한 자매어(sister-language)라고 할 수 있는 류큐어(琉球語, 오키나와일본어) 성경에서는 하느님Shōtei(上帝)라 부르고 있습니다.

역시 지금은 거의 소멸되었지만 과거 청나라의 공용어였던 만주어로는 하느님을 Abkai Ejen이라 불렀는데,
그 뜻은 ‘하늘의 주인’입니다.
또한 가톨릭 측의 만주어 성경에는 이 낱말과 함께 가끔 Deus라는 라틴어를 그대로 쓴 일도 있었습니다.

몽고어는 많은 방언 성경을 갖고 있지만,
하느님을 뜻하는 가장 대표적인 어형은 Burhan입니다.
이 말은 원래 ‘부처(佛)’를 뜻하는 말로써 직역하면 ‘佛帝’란 뜻이 됩니다.
또, 몽고어부랴트(Buryat) 방언(중국 甘肅省[간쑤성] 몽고어) 성경에서는 하느님을 Burhan이란 말 외에도 Yūma라고도 적고 있는데,
이것은 우랄 어족의 언어에서 차용된 것입니다.

몽고어파 Burhan이란 말은 퉁구스 어족의 언어에도 흘러 들어가 Burkān, Burkā, Bukkā, Berhe 등으로도 사용되었으나,
퉁구스 어족들은 기록된 성경이라고는 만주어 성경밖에 가지 지를 못하였습니다.
다만 1880년 러시아 동방교회에서 라무트 어(퉁구스 어족의 한 언어)로 마태오 복음서를 출판한 일이 있었는데,
이 성경에서는 하느님Hewki라고 번역해 놓았습니다.
Hewki란 말의 원뜻은 ‘사슴(鹿)’으로서, 아이누 사람들의 ‘하느님’이란 말 Kamui가 ‘곰(熊)’의 뜻도 갖고 있는 것과 좋은 비교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