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번역과 수집(오빠金東昭님 著)

성경의 번역과 수집(10)ㅡ한국어 성경에서의 '하느님'이란 말

김혜란골롬바 2024. 7. 23. 14:02


한국어 성경에서의 '하느님'이란 말

마지막으로 한국어 성경에서 사용된 ‘하느님’이란 용어를 살펴보겠습니다.

우리 민족이 처음으로 접한 ‘Deus’의 개념은 중국어 ‘天主’라는 낱말을 통해서였습니다.
따라서 최초의 우리말 성경이라고 할 수 있는 <성경 직ᄒᆡ 광익>과 <성경 직ᄒᆡ> 등에는 ‘텬쥬’라는 말이 사용되었습니다.
이 무렵(18세기말∽19세기 초)에는 이미 서울말에서 구개음화(口蓋音化) 현상이 완성된 뒤이므로 ‘텬쥬’의 발음은 현재의 ‘천주’와 가까웠을 것입니다.
이 낱말은 그 철자가 ‘천주’로 고쳐져 한국 천주교회에서 1971년까지 계속 사용되어 왔습니다.

개신교 최초의 한글 성경인 <예수 셩교 누가복음 젼셔>, <요안ᄂᆡ복음 젼셔>(모두 1882년 발행)에서는 처음으로 ‘하느님’이라는 말이 등장하고,
곧이어 나온 <뎨자ᄒᆡᆼ젹>(1883년)과 <요안ᄂᆡ복음>(1883년), <말코복음>(1884년), <맛ᄃᆡ복음>(1884년)에는 ‘하나님’으로 바뀌어 표기됩니다.
그러나 이 무렵 나온 개신교 이수정(李樹廷) 번역의 <신약 마가젼 복음셔 언ᄒᆡ>에는 ‘신(神)’과 ‘텬쥬(天主)’라는 말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그 후 1887년 발간된 최초의 한국 개신교 신약성경인 <예수 셩교 젼셔>(소위 Ross역 성경)에는 ‘하나님’으로 통일되었으나 1890년 아펜젤러 개역의 <누가복음젼>에는 ‘ᄂᆞ님’으로 표기가 변한 일도 있었습니다.
또 20세기 초까지 나온 개신교 번역 성경에 ‘상뎨님’이란 말이 등장한 적도 있었고, 국한문 성경에는 ‘上帝’란 표기도 사용되었습니다.
개신교 성경에서 특기할 점은 1899년 한국 성공회에서 낸 <舊約撮要>와 1900년에 대영성서공회에서 간행한 <신약젼셔>, 그리고 1902년 성공회의 <聖經要課>에 ‘텬쥬’란 말이 사용되었다는 사실입니다.

1970년대에 들어와 신구교 공동번역성경이 나옴으로써 한국 가톨릭 성경에서 ‘천주’라는 말이 ‘하느님’으로 대치되었고, 개신교에서는 1938년 공인 신구약성경이 나온 이래 현재까지 ‘하나님’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 1981년 나온 우리나라 유일의 방언 성경인 <제주방언 성경 마가복음>에는 ‘하늘님’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어 이채를 띱니다.

결국 이 땅에 복음이 전해져 우리 민족이 성경을 번역하기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성경에서 사용된 Deus(Θεό󰐠)라는 뜻의 말은 ‘天主, 텬쥬, 천주 ; 上帝, 상뎨님 ; 신(神) ; 하느님, 하ᄂᆞ님, 하나님, 하늘님’ 등이었으며, 현재에는 ‘하느님’과 ‘하나님’의 두 가지가 쓰이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나 한국어의 역사적인 면이나 의미상으로 보아 이것은 ‘하느님’으로 표기함이 옳다는 것을 덧붙이고 싶습니다.
또 하나, 같은 개념인데 이 두 가지 표기가 함께 쓰이고 있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한 어떤 성경학자는 모음을 적지 않는 히브리어처럼 우리도 모음을 적지 말고 ‘ㅎㄴ님’으로 신구교가 통일해 적자는 의견도 나온 일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