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성경에서의 '하느님'이란 말
마지막으로 한국어 성경에서 사용된 ‘하느님’이란 용어를 살펴보겠습니다.
우리 민족이 처음으로 접한 ‘Deus’의 개념은 중국어 ‘天主’라는 낱말을 통해서였습니다.
따라서 최초의 우리말 성경이라고 할 수 있는 <성경 직ᄒᆡ 광익>과 <성경 직ᄒᆡ> 등에는 ‘텬쥬’라는 말이 사용되었습니다.
이 무렵(18세기말∽19세기 초)에는 이미 서울말에서 구개음화(口蓋音化) 현상이 완성된 뒤이므로 ‘텬쥬’의 발음은 현재의 ‘천주’와 가까웠을 것입니다.
이 낱말은 그 철자가 ‘천주’로 고쳐져 한국 천주교회에서 1971년까지 계속 사용되어 왔습니다.
개신교 최초의 한글 성경인 <예수 셩교 누가복음 젼셔>, <요안ᄂᆡ복음 젼셔>(모두 1882년 발행)에서는 처음으로 ‘하느님’이라는 말이 등장하고,
곧이어 나온 <뎨자ᄒᆡᆼ젹>(1883년)과 <요안ᄂᆡ복음>(1883년), <말코복음>(1884년), <맛ᄃᆡ복음>(1884년)에는 ‘하나님’으로 바뀌어 표기됩니다.
그러나 이 무렵 나온 개신교 이수정(李樹廷) 번역의 <신약 마가젼 복음셔 언ᄒᆡ>에는 ‘신(神)’과 ‘텬쥬(天主)’라는 말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그 후 1887년 발간된 최초의 한국 개신교 신약성경인 <예수 셩교 젼셔>(소위 Ross역 성경)에는 ‘하나님’으로 통일되었으나 1890년 아펜젤러 개역의 <누가복음젼>에는 ‘하ᄂᆞ님’으로 표기가 변한 일도 있었습니다.
또 20세기 초까지 나온 개신교 번역 성경에 ‘상뎨님’이란 말이 등장한 적도 있었고, 국한문 성경에는 ‘上帝’란 표기도 사용되었습니다.
개신교 성경에서 특기할 점은 1899년 한국 성공회에서 낸 <舊約撮要>와 1900년에 대영성서공회에서 간행한 <신약젼셔>, 그리고 1902년 성공회의 <聖經要課>에 ‘텬쥬’란 말이 사용되었다는 사실입니다.
1970년대에 들어와 신구교 공동번역성경이 나옴으로써 한국 가톨릭 성경에서 ‘천주’라는 말이 ‘하느님’으로 대치되었고, 개신교에서는 1938년 공인 신구약성경이 나온 이래 현재까지 ‘하나님’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 1981년 나온 우리나라 유일의 방언 성경인 <제주방언 성경 마가복음>에는 ‘하늘님’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어 이채를 띱니다.
결국 이 땅에 복음이 전해져 우리 민족이 성경을 번역하기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성경에서 사용된 Deus(Θεό)라는 뜻의 말은 ‘天主, 텬쥬, 천주 ; 上帝, 상뎨님 ; 신(神) ; 하느님, 하ᄂᆞ님, 하나님, 하늘님’ 등이었으며, 현재에는 ‘하느님’과 ‘하나님’의 두 가지가 쓰이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나 한국어의 역사적인 면이나 의미상으로 보아 이것은 ‘하느님’으로 표기함이 옳다는 것을 덧붙이고 싶습니다.
또 하나, 같은 개념인데 이 두 가지 표기가 함께 쓰이고 있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한 어떤 성경학자는 모음을 적지 않는 히브리어처럼 우리도 모음을 적지 말고 ‘ㅎㄴ님’으로 신구교가 통일해 적자는 의견도 나온 일이 있었습니다.
'성경의 번역과 수집(오빠金東昭님 著)'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경의 번역과 수집(12) ㅡ 북한어 성경(2) (0) | 2024.07.26 |
---|---|
성경의 번역과 수집(11) ㅡ 북한어 성경(1) (0) | 2024.07.24 |
성경의 번역과 수집(9) ㅡ 동아시아의 '하느님'이란 말 (8) | 2024.07.22 |
성경의 번역과 수집(8) ㅡ 각 나라의 '하느님'이란 말(4) (5) | 2024.07.20 |
성경의 번역과 수집(7) ㅡ 각 나라의 '하느님'이란 말(3) (0) | 2024.07.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