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동 소
(대구가톨릭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jakobds@daum.net, http://dongso.pe.kr)"
(facebook : Dongso Kim)
[세계의 언어와 문자, 그리고 성경이 번역되어 있는 언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세계의 언어의 수는 얼마나 될까요?
일본의 저명한 언어학자들이 총동원되고 10년 넘게 걸려(1988년 제1권 출간, 2001년 제7권으로 완간) 제작된 산세이도 [三省堂] 출판사의 《언어학 대사전》(제6권 482쪽, 1996년)에 의하면 “언어학계에 통용되고 있던 3천에서 5천이라는 수는 크게 수정되어,
8천에서 1만, 혹은 그 이상의 수로 오르는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하였습니다.
실제로 이 사전에는 8천 개 이상의 언어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붙어 있습니다.
가장 최근의 자료인 《에스놀로그, 세계의 언어들》(Eberhard, David M., Gary F. Simons, and Charles D. Fennig (eds.). 2024. Ethnologue: Languages of the World. Twenty-seventh edition. Dallas, Texas: SIL International. Online version:http://www.ethnologue.com.)의" target="_blank" rel="noopener" data-mce-href=" http://www.ethnologue.com.)의"> http://www.ethnologue.com.)의 보고에 의하면 전 세계의 76억 이상의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7,164개 언어의 개요와 그 지리적 분포 등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언어의 지역 분포와 사용 인구를 정리해 놓은 표를 다음에 인용합니다.
이 조사의 결과는 사실은 아직 책으로 출판되지 않았습니다.
이 도표는 www.ethnolog.com에서 인용ㆍ번역한 것입니다.
< 언어의 지역 분포별 사용 인구 > (2018)
이 표에 따르면 2018년 현재 세계인들이 쓰고 있는 언어의 분포가 대륙별로 어떠한지 대략 알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 책에서 한국어 사용 인구수를 2010년 조사로 48,400,000명이라 했고,
전 세계의 한국인 수는 77,213,490명이라고 적고 있습니다.
그런데 위의 통계로 보아 세계의 언어 수는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적어도 7천백 개 이상이 된다는 말이겠습니다만,
그렇게 단순히 생각할 일은 절대로 아닙니다.
사실 현재 지구상의 모든 언어에 대한 조사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고,
조사된 언어도 (예컨대 위의 7,097개 언어도) 통계 숫자를 그대로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위의 책에 제시된 언어 중 어떤 것들은 별개의 언어가 아니라 한 언어의 방언일 수도 있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ㄱ과 ㄴ 두 사람이 각각 사용하는 어떤 두 가지 말이 별개의 언어인가, 또는 한 언어의 방언인가 하는 문제는 참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어떤 학자는 자기의 관점에 따라 이 ㄱ의 언어와 ㄴ의 언어가 한 언어의 방언이라 보기도 하고,
딴 학자는 다른 언어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에,
전 세계의 언어의 수에 상당한 차이가 날 수 있음을 먼저 인식해야 합니다.
이런 점이 세계의 언어 수를 정확히 말할 수 없는 까닭이 되는 것입니다.
‘언어’와 ‘방언’의 차이란, 쉽게 말하면, 듣는 사람이 잘 알아듣지 못해서, 말하는 사람이 자기의 언어를 여러 가지 다른 표현 방법으로 말했을 때, 듣는 사람이 이해한다면 한 언어의 방언으로 보고, 끝내 이해하지 못한다면 별개의 언어로 봅니다.
이런 점은 문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까지 우리에게 알려진 문자의 수를 400여개까지 보는 학자가 있습니다만, 문자도 한 문자에서 파생된 비슷한 문자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언어의 방언처럼 그들 문자를 별개의 것으로 볼 것인지, 동일 문자로 볼 것인지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고트 문자는 로마 문자(=라틴 문자)와 모양이 아주 다르지만 고트 문자의 체계는 로마 문자를 그대로 이어받은 것이고, 베트남의 문자는 로마 문자에 엄청나게 많은 부호를 덧붙이고 있어서 이를 로마 문자로 봐야 할 것인가가 문제일 수 있으며, 일본의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는 아주 다른 모양이고 그 문자의 기원도 다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히라가나는 한자 초서체(草書體)에서, 가타카나는 한자 해서체(楷書體)에서 왔기 때문입니다.
페르시아 문자는 아랍 문자의 변형인데도 학자들은 페르시아 문자를 별개의 문자라고 분류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어쨌든 이 지구상에는 많은 언어와 문자들이 사용되고 있는데,
문자로 쓰인 문학 작품 중에서 가장 많은 문자 언어로 번역되어 나온 문학 작품이 그리스도교의 ‘성경’(Bible)이라는 사실은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성경 다음으로 많은 언어로 번역된 문학 작품은 아라비안나이트, 돈키호테, 셰익스피어 전집,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 소설 등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 해리포터 시리즈가 70개 국어로 번역되어 4억 부 이상 팔렸다고 하니 이 소설도 추가해야 하겠습니다.
성경이 몇 개 언어로 번역되었느냐의 문제는 비교적 간단히 알 수 있는 듯한데,
그것은 영국 런던에 있는 세계 연합 성서 공회(The United Bible Societies, 줄여서 UBS)에서 15세기 정확히 말하면 1456년 구텐베르크가 금속 인쇄술로 라틴어 성경을 출판한 때.
이래 번역ㆍ출판된 세계 각국어의 성경 목록을 해마다 작성해 발표했고, 또 새로운 성경 번역이 나오면 통계를 수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발표한 2023년 말 현재 번역된 성경의 언어 수는 다음과 같습니다.
그리고 이들 번역된 성경 언어의 지역별 분포는 다음 표와 같습니다.
2023년 자료가 없어서 참고로 하시라고 제가 갖고 있는 2009년 말의 자료를 제시합니다.
<세계 성경 번역 현황> (2009년 말)
위의 그림에 나오는 단편 성서 여기 ‘성서’라는 말이 나옵니다만,
한국과 중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성경(聖經)’이란 말을 쓰고, 일본에서는 ‘성서(聖書)’라는 말을 씁니다.
저는 여기에서 원칙적으로 ‘성경’이란 말을 쓰겠습니다.
란 말은 신구약 성경 중의 어느 한 부분(portion)이란 뜻이고(예컨대 마태오 복음서, 시편 50장 등), ‘성경전서’란 말은 성경 전부라는 뜻입니다.
2023년 말 기준, 총 7천396개의 언어 가운데 성경전서는 743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보급되었고, 신약성경은 1천682개 언어로, 단편성경은 1천261개 언어로 번역되었습니다.
결국 작년 말까지 성경의 일부라도 번역된 언어 수는 모두 3,686개(743개+1682개+1261개)라는 말입니다.
그러나 이 통계에서도 자칫 잘못 오해할 수 있는 문제들이 있습니다.
먼저 위에서 말한 대로, 이 3천6백여 개의 언어로 번역된 성경들 중에는 서로 다른 언어가 아니라 같은 언어의 방언에 불과한데도 별개의 언어로 처리된 것들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예를 한 가지 들어 보면, 1896년에 출판된 중국의 키엔닝(Kienning)어 신약 성경과, 1898년 출판된 역시 중국의 키엔 양(Kienyang)어 단편(portion) 성경은, 모두 그 지방에서 포교하던 서양 선교사들에 의해 그 지방어로 번역되고 로마 글자로 기록된 것인데, 이 두 언어가 쓰이고 있던 지역은 푸젠[福建] 성 북부의 불과 40km 정도 떨어진 젠닝[建寧]과 젠양[建陽]으로서, 그 선교사들은 서로 연락 없이 다른 시기에 독자적으로 성경을 번역했던 것이고, 그들이 번역한 성경은 내용의 언어학적인 검토 없이 세계 연합 성경 공회(UBS)에 보고되어, 별개 언어의 성경인 듯이 위의 표에 적힌 3,686개 언어 속에 들어가 버리게 된 것입니다.
또 영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등의 여러 방언으로 번역된 성경들이 많이 있는데,
위의 통계에서는 이들 방언 성경들이 모두 별개의 언어인 것처럼 분류되어 있음도 고려하셔야 합니다.
일본어 방언 성경(케센어 성경)도 있고, 한국어의 제주 방언 성경도 출판된 일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일본의 케센어 성경과 한국의 제주방언 성경)은 위의 통계에 들어있지 않습니다.
평양에서 북한어로 성경이 번역되어 출판된 일이 있는데, 이것도 한국어 방언 성경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방언 성경이라고 하면 이상하게 생각하실 분들이 많겠습니다만, 서양에서는 이렇게 방언으로도 성경을 많이 번역했습니다.
우리는 방언으로 성경을 번역한다고 하면 우습기도 하고, 심할 경우 불경스럽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써 오던 방언으로 된 성경이나 기도문을 읽으면 더 마음에 와닿을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로 ‘주님의 기도’를 대구 방언으로 번역한 것을 보여 드립니다.
“하눌에 기신 울 아부지.
아부지 이럼이 노푸게 빛나시고,
아부지 나라가 열리고,
아부지 떧이 하눌에서랑것치 따아서도 이라아지시이소.
오올 저거안테 날마중 묵을 양석을 주시고,
저거가 저거안테 저지란 일을 용수하시이소.
저거 잘못을 용수하시고,
저거를 꼬임에 넘어가지 말두룩 해주시고,
제악에서 건져주시이소.” (대구 출신 농민 학자 이해호 선생 [87세] 번역)
또, 위의 통계는 대부분 기독교의 개신교회(Protestant Church)에서 번역한 성경들을 모은 것으로서, 로마 가톨릭 교회(Roman Catholic Church)나 그리스와 러시아 정교회(Greek & Russian Orthodox Church) 등에서 번역한 성경들 중 어떤 것은 포함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예컨대 카잔(Kazan)의 러시아 정교회 소속인 동방 교회 선교회(Pravoslavnoe Missionerskoe Obshchestvo)에서 1880년 번역ㆍ출판한 라무트(Lamut)어 마태오 복음서가 이 통계에 들어있지 않은 예가 될 것입니다.
어쨌든 그리스도교의 성경은 인류의 문학 작품 중 지금껏 가장 많은 언어로 번역된 책이 되는 셈이고, 지금도, 또 앞으로도 계속 다른 언어로 번역되리라 믿습니다.
2023년 중에 새롭게 성경이 번역ㆍ출판된 언어는 72개라고 세계 연합 성서공회는 밝히고 있습니다.
저는 대학 시절에, 우리말 성경을 읽으면서 이 구절은 다른 외국어로는 어떻게 번역되어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 그때 비교적 손쉽게 구할 수 있었던 영어, 일본어, 독일어, 프랑스어, 한문, 중국어, 라틴어, 그리스어 등으로 쓰인 성경들을 수집해 읽어 보곤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대학원에서 비교언어학과 비교문자학에 관심을 가지면서부터 본격적으로 각국어 성경을 수집하기 시작했습니다.
외국을 가게 되면 먼저 그 지방에서 나온 그 지방 언어의 성경을 구했고, 외국에 가는 친구들이나 외국에서 살고 있는 이들에게 부탁해서 외국어 성경들을 모으곤 했습니다.
그렇게 수십 년간 모으니 이제 단편 성경을 포함해서 870여 언어로 된 성경을 소장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수집한 저의 이 각국어 성경을 이용하여 이제부터 세계 여러 나라의 언어와 문자를 소개하는 말씀을 드려 보려 합니다.
이야기를 펼치는 순서는, 우리나라에서 동쪽으로 시작해 북반구를 돌아서 다시 남반구로 가는 식으로 할 터인데, 그러면 일본, 북태평양, 북아메리카, 유럽, 러시아, 중동, 인도, 동남아, 남태평양,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 들의 차례가 되겠습니다.
제가 수집해 둔 874개의 각국어 성경에서, 576개 언어의 성경은 모두 로마 문자(=라틴 문자)를 사용하고 있고, 나머지 298개 언어의 성경은 다른 문자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298개 언어 성경에서 사용하고 있는 문자의 종류는 56개쯤이 됩니다.
이 숫자만을 보고 말한다면 현재 사용되고 있는 문자는 모두 56개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제 여러분들께서는 앞으로 제가 인도하는 대로 각국어 성경을 통해서 각국의 언어와 문자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시게 될 것입니다.
언어와 문자의 본보기로 신약성경의 마태오 복음서 제6장 9절부터 13절까지 수록되어 있는 ‘주님의 기도’(주기도문, Paternoster) 전문을 제시하기로 합니다.
제가 수집한 성경 중에서 마태오 복음서가 없는 경우는 루가 복음서 11장 2절에서 4절까지 나오는 짧은 ‘주님의 기도’를 제시하겠습니다.
‘주님의 기도’ 전문(마태오 6,9-13).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온 세상이 아버지를 하느님으로 받들게 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양식을 주시고,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이를 용서하듯이 우리의 잘못을 용서하시고,
우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루가 복음서의 짧은 주님의 기도문(루가 11,2-4).
“아버지, 온 세상이 아버지를 하느님으로 받들게 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소서.
날마다 우리에게 필요한 양식을 주시고,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이를 용서하오니,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고, 우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소서.”
그러나 사본에 따라 루가 복음서의 기도문이 마태오 복음서의 기도문과 같은 것이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번역 성경에는 이 두 가지 기도문이 똑같이 되어 있기도 합니다.
성경의 사본 문제는 앞으로 계속 언급될 것입니다.
위에서 잠깐 말씀드린 대로 그리스도 교회의 성경은 로마 가톨릭의 것과, 프로테스탄트 교회의 것과, 그리스 정교회와 러시아 정교회의 것들이 조금씩 다른 점이 있습니다만, 신약성경의 경우 이들 로마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 그리스 정교, 러시아 정교의 것들이 모두 일치하지만, 구약성경은 가톨릭이 46권, 프로테스탄트가 39권, 그리스 정교가 49권, 러시아 정교가 50권이라 모두 다 다릅니다.
저는 가능하면 각국의 신구교 공동 번역 성경이 있는 경우 이것을 이용하기로 하고,
(그러나 세계적으로 신구교가 공동으로 성경을 번역한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 미국, 독일, 프랑스 등을 포함해 10여 개국에 지나지 않습니다.)
없는 경우 제가 특히 열심히 수집한 로마 가톨릭 교회의 성경에 실린 것을 제시하도록 하겠습니다.
설명에 필요한 성경 용어나 번역문, 고유 명사 표기 등은 대한성서공회에서 발행한 《공동 번역 성서 개정판》(2000년 6월)에서 따오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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