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 성경]
일본 민족이 그리스도교를 처음 만난 것은, 1549년 8월 예수회(Societas Jesu) 창립자의 한 분이었던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Francisco Xavier, S. J., 1506―1552) 신부님이 일본 야마쿠치[山口]현(縣)의 다이묘[大名] (다이묘[大名]란 말은 당시 일본어로 지방 영주(領主)를 지칭하는 말입니다.)인 오이치 요시타카[大內義隆]를 만나면서부터라고 공식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학자에 따라서는 7세기 중반에 중국 당나라에 들어와 황실의 보호를 받으며 널리 선교 사업을 행했던 그리스도교의 일파인 경교(景敎, Nestorianism)가, 신라를 거치거나 또는 당나라에서 직접 일본에 들어간 것이 그 처음이라고 하는 분이 있습니다.
경교가 일본에까지 전해 졌는지에 관해서는 지금 확실한 말을 할 수가 없고, 그 무렵 경교의 흔적이라 하더라도 십자가 등의 유물에 지나지 않으므로 제가 말하고자 하는 번역된 성경과는 어떤 관련을 찾을 수는 없겠습니다.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님의 전교 이후 300여 년간의 이른바 기리시탄[切支丹, ‘크리스찬’의 당시 일본식 표기] 시대가 전개되는데, 천주교회에서는 전통적으로 성경의 완역(完譯)보다 미사 전례서(典禮書)나 기도서의 보급에 더 힘을 썼으므로 이 기리시탄 시대에는 성경의 일본말로의 번역은 없을 것이라고 흔히 생각해 왔습니다만, 많은 학자들의 노력으로 이미 16세기부터 성경이 일본말로 번역되었음이 이제는 잘 알려져 있습니다.
예컨대 바울로 데 산타훼(Paulo de Santa Fé)라는 세례명을 가진 최초의 일본인 천주교 신자 야지로(Yaziro)라는 사람이 16세기 후반에 번역했다는 《마태오 복음서》, 하비에르와 함께 일본에 왔던 예수회 선교사 페르난데스(Juan Fernandez, S.J. S. J. 는 Societas Jesu (Society of Jesus, 예수회)의 준말로서, 예수회 소속 사제나 수사(修士) 이름 뒤에 붙이는 기호입니다.), 프로이스(Luis Frois, S.J.) 등이 번역한 《복음서》등이 알려져 있고, 계속해서 이루어진 천주교 측의 번역 성경 단편들이 속속 알려져 오고 있습니다.
개신교 측의 성경 번역은 19세기에 시작되는데, 그 첫째로 기억할 만한 일본어 성경은 네덜란드 전도 협회 소속의 프러시아인 선교사 귀츨라프(Karl Friedrich Augustus Gützlaff, 1803―1851)가 1837년 일본에서 번역하고 출판한 《요한 복음서》(원 책 이름은 ‘約翰福音之傳’)로 알려져 있습니다.
흔히 일본인을 번역의 귀재(鬼才)라고 부릅니다.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등 유럽의 그리스도교 국가 언어 이외에 성경이 가장 많이 번역된 언어는 일본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일본인들은 성경을 아주 다양하게 번역했습니다.
일본보다 그리스도교의 교세가 훨씬 강하고, 세계에서 성경을 해외에 가장 많이 수출하고 있는 한국에 비해 그렇지만 최근에 와서 성경을 가장 많이 제작하고 수출하는 국가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본이 이렇게 성경 번역을 열심히 한 이유는, 일본인 특유의 번역 열정도 있겠지만, 한국의 경우는 교단(敎團)에서 사용하는 이른바 정경(正經) 여기서 ‘정경’이라 함은 성경학자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외경(外經, Apocrypha)에 상대되는 개념이 아니라, 미사 전례나 설교할 때 인용하고 신자들이 공식적으로 읽을 때 보는 성경을 뜻하는 말로 쓴 것입니다.
이외에는 일반 신도들이 거의 관심을 갖지 않지만, 일본은 상대적으로 그리스도 교단의 힘이 약한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한국에서도 몇몇 사역(私譯, private translation) 성경이 출판된 적이 있지만 일본에 비하면 비교가 안 될 정도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군소 (群小) 기독교 교파에서 독자적으로 번역한 성경들이 있는데, 제가 알기로 10여 종 이상이 됩니다.
일본어는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이 언어에 관해서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7천여 개 이상의 세계 언어들 중에서 우리 한국어와 문법적으로 가장 가까운 언어가 일본어라는 점만 지적해 두겠습니다.
아울러 일본어는 한국어와 마찬가지로 그 계통이 알려지지 않은 언어라는 것도 말해 둡니다.
이 말은 한국어나 일본어나 가까운 친척뻘이 되는 언어가 아직은 알려지지 않았다는 말이 되겠습니다.
과거에는 한국어와 일본어가 우랄 알타이 어족이나 알타이 어족에 속한다는 말들을 했습니다만, 최근의 학계에서는 그런 표현을 하지 않고, 다만 이 두 언어는 모두 알타이형 언어(Altaic type languages)라고 말할 뿐입니다.
근래 인터넷에서 한국어와 닮았다는 언어들이 발견되었다고 하는 이야기들이 오르내립니다만 아직 다 근거 없는 것들입니다.
일본 문자에 히라가나[平假名]와 가타카나[片假名]의 두 가지가 있으며,
현대에 와서 일반적으로 히라가나를 쓰고 외래어나 의성 의태어(‘한들한들, 주룩주룩’ 같은 말들) 등은 가타카나를 쓴다는 점도 잘 알고 계시겠는데,
앞에서 말한 대로 이 글자들은 모두 중국 한자의 변형입니다.
일본 문자는 이미 8세기 이전부터 사용해 온 퍽 역사가 깊은 문자로서,
19세기 이전까지는 두 가지 문자를 여러 가지 서체(書體)로 함께 쓰다가 그 후에는 공식적인 문서에 가타카나만을 쓰기로 하였고,
다시 1947년부터 현재처럼 히라가나를 주된 표기 문자로 결정했습니다.
우선 히라가나로 쓰인 일본의 공동번역 공동번역이란 말은 주로 천주교와 개신교 성경학자들이 함께 번역한다는 뜻입니다.
신구약 공동 번역 성경이 만들어진 언어에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한국어, 일본어, 네덜란드어 등이 있습니다.
일본에는 한국처럼 1개의 언어만 사용되고 있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일본 열도 최남단인 오키나와[沖繩] 섬에서 쓰이는 이른바 오키나와어는,
2019년 현재 오키나와 인구는 140만 명 정도라고 합니다.
일본어와 비슷하기는 하지만 일본어의 방언이 아니고 일본어와 다른 언어로 학자들은 분류했습니다.
원래는 일본어와 같은 언어였는데 오랜 세월 멀리 떨어진 섬에서 독자적으로 발전하여 의사소통이 안 될 정도로 이질화한 것으로,
이 일본어와 오키나와어와 같은 언어들을 학자들은 서로 자매어(姉妹語, sister language)라고 부릅니다.
현재 오키나와는 일본의 지방 행정 구역인 오키나와 현(縣)으로 되어 있으며,
일본에서는 이 언어를 류큐[琉球] 방언으로 부릅니다.
그러나 일본 표준어와 류큐 방언은 서울말과 제주도 방언 이상의 차이가 있어서,
더 심하게는 프랑스어와 스페인어 이상의 차이가 있어서,
표준어를 모르는 류큐 방언 사용자의 말은 도쿄 사람들에게 거의 통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이 오키나와어 성경에 관해서는 다음에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또 지금은 거의 소멸되어 버렸지만 일본 북쪽에 있는 섬 홋카이도[北海道]에서 20세기 초까지 아이누(Ainu)인들이 사용하던 아이누어라는 언어가 있었습니다.
이 언어로도 성경이 번역되어 출판된 일이 있었는데, 이 아이누어 성경에 관해서도 다음에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본어 방언으로 성경을 번역해 출판한 경우도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제주도 방언 성경 마르코 복음이 1981년 제주 향토 문화 연구소 이름으로 출판된 일이 있습니다.
그리고 1990년 북한의 조선기독교도련맹 중앙위원회에서 나온 《성경전서》도 한국어 방언 성경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야마우라 하루쓰구[山浦玄嗣]라는 도호쿠[東北] 의과대학 교수가, 어린 시절을 보낸 일본 혼슈[本州] 북동부인 이와테[岩手] 현의 게센[氣仙] 지방 방언으로 번역하여 2002년 출판한 《게센어 역 마태오 복음서》가 그것입니다.
마태오복음뿐 아니라 마르코, 루가, 요한 등 4 복음서를 게센 방언으로 번역ㆍ출판하였습니다.
이 게센 방언 성경은 일본에서 상당히 인기가 있어서 지금껏 여러 차례 거듭 출판되었습니다.
이 번역자는 의과대학 교수요 개업한 의사였음에도 불구하고 신약성경 번역을 위해 그리스어와 라틴어를 독학으로 공부하고 그리스어 성경으로부터 바로 게센 방언으로 번역하였다고 합니다.
일본 표준어에 없는 소리를 적기 위해 몇 가지 특수한 글자들이 있습니다.
예컨대 위에서 셋째 줄에 있는 ‘お取り仕切り’ 속의 ‘仕’ 자의 음을 적은 글자는 현재 일본 글자 안에 들어있지 않는 것인데,
위의 로마 글자 표기를 보면 ‘Odórisıgiri’로 적고 있어서 그 소릿값이 한국어의 ‘으’와 비슷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또 일본 글자 ‘さ, か, き’ 오른쪽 위에 ° 부호를 적은 글자들도 있습니다.
이 세 글자의 발음은 로마 글자 표기와 이 책과 함께 판매된 게센어 성경 녹음테이프를 들어보면 ‘짜, 응아, 응이’ 임을 알 수 있습니다.
또 이 방언으로 ‘밥(飯)’을 ‘맘마[mănma]’, ‘아버지’를 ‘돗짜마’, ‘잘못’을 ‘동아’라고 하는 것들은 재미있는 점입니다.
이 낱말들의 일본 표준어는 각각 ‘마마, 오토상, 도가’입니다.
마지막으로 서양 선교사들이 로마 글자로 일본어를 적어 발간한 일본어 성경 한 가지를 소개합니다.
일본어의 음절 구조가 한국어에 비해 퍽 단순하기 때문에 로마 글자로 일본어를 적기가 비교적 쉬운 편입니다.
아래에 실은 것은 파리 외방 선교회 소속의 벨기에 천주교 사제인 에밀리 라게(Emilie Raguet, 1852―1929) 신부님이 먼저 신약성경을 일본어로 완역하고 다시 이것을 로마 글자로 고쳐 요코하마에서 1910년 출판한 것입니다.
이 책의 원본은 제가 소장하고 있지 않아 대구가톨릭대학교 도서관 귀중본실의 것을 복사한 것입니다.
한국어를 이렇게 로마 글자로 표기하여 출판한 성경은 아직 없습니다만,
일본어를 로마 글자로 적어 출판한 성경은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이 밖에 일본에서 번역되고 출판된 성경으로 (일본 안에서 사용되고 있지만 일본어가 아닌) 오키나와어와 아이누어로 번역된 것이 또 있다고 앞에서 말씀드렸는데,
이것들은 다음에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2019/03/11 앞산 북 카페에서 12회에 걸쳐 강의 하시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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