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고운말(오빠金東昭님 編) 57

우리말 바루기ㅡ'흐지부지'

흐지부지일의 옳고 그름을 분명히 가리지 않고 어영부영 넘어가거나, 거창하게 시작한 일이 하는 둥 마는 둥 끝날 때 '흐지부지'라고 표현한다.순우리말 같지만 실은 사자성어인 '휘지비지(諱之秘之)'가 변한 말이다.휘(諱)는 꺼린다는 뜻이다.죽은 사람이나 높은 이의 이름을 가리키기도 한다.비(秘)는 비밀로 감추어 숨긴다는 뜻이다.그러니까 ‘휘지비지’는 자꾸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 꺼려져서 드러나지 않도록 감춘다는 의미이다.‘휘지비지’를 쉽게 소리 나는 대로 적다 보니 '흐지부지'가 되었다.원래의 의미도 흐지부지 잊혀 일의 결말이 ‘용두사미’로 끝나거나 사라져 버렸을 때 쓰이고 있다.예전에는 부모나 임금님의 이름자를 함부로 입에 올리지 않았다.이런 것을 ‘기휘(忌諱)’라고 한다.기(忌)는 '꺼린다'는 뜻이니, 기..

우리말 둘러보기(2) - 고추, 곤죽, 알탕

고추 - 곤죽 - 골탕‘고추’는 우리 음식상에 없어서는 안 될 대표적 채소다. 고추가 조선 중기에 우리나라에 들어올 때 이름은 고초(苦草)였다. 글자 그대로 풀이하자면 ‘쓴 풀’이라고 하겠는데, ‘고초’가 후대로 내려오면서 소리의 변화(이화 작용)를 일으켜 ‘고추’가 되었다. 고추의 그 길쭉하고 뾰족한 모양에 착안하여 그와 비슷한 남자의 상징을 ‘고추’로 비유하기도 하였다.참고로 오늘날 매운 고추를 ‘청양고추’라 하는데, 이는 매운 고추로 유명한 경상북도 ‘청송’과 ‘영양’에서 한 글자씩 따서 ‘청양고추’라 부르게 되었다. 충청남도 ‘청양’에서 비롯되었다 함은 잘못이다.‘곤죽’은 밥이나 땅이 몹시 질퍽질퍽한 상태, 일이 엉망이 되어 갈피를 잡기 어려운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다. 원래 곤죽은 곯아서 썩은 죽..

우리말 바로 쓰기(9) - '하루 1회 도포'

‘하루 1회 도포’가 무슨 뜻인가요?손가락에 가벼운 상처를 입어 연고를 발랐다. 겉에 적힌 설명서를 보니 “1일 1~2회 적당량 환부에 도포”라고 돼 있다. ‘환부’는 알겠는데 ‘도포’는 도무지 무슨 말인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의약품에는 “경구 투여 금지”라는 표기가 있는 것도 있다. ‘경구’가 무슨 뜻인지 전혀 와닿지 않는다. 진통제 등 알약에는 ‘서방정’이라 표기된 것도 볼 수 있다. 무슨 말인지 감이 잡히지도 않는다.  ‘도포(塗布)’는 약 등을 겉에 바르는 것을 뜻하는 한자어다. ‘경구(經口)’는 약이나 세균 등이 입을 통해 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는 단어다. ‘서방정(徐放錠)’은 서서히 효과를 나타내는 알약이란 뜻이다. 영어의 ER(extended release)에 해당하는 내용을 번..

우리말 바로 알기 - 함진아비

함진아비혼례를 치르기 위해서는 함을 팔고 사야 한다. 그래서 함진아비가 동원되고 동네방네 소리지르며 “함 사세요!”외고 외친다. 하지만 본래 함을 질 수 있는 것은 ‘아들 낳은 사람’만 자격이 있다. 그래서 과거에는 백부(伯父큰아버지)가 함을 지고 가는 경우가 많았다. 함을 지고 가면서 오징어를 얼굴에 붙이고 숯을 칠하는 등 험상궂게 하고 가는 것은 사악한 귀신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벽사의 의미가 있다. 요즘은 마부가 있고, 함진사람이 말을 흉내내고 있지만 이러한 행위는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함진아비’라는 말은 ‘함지다’의 관형사형 ‘함진’과 명사 아비(부(父)가 결합된 어형이다.(조항범, ) 조 교수는 여기서 아비의 의미를 ‘남자’로 보았다. ‘기럭아비, 장물아비, 중신아비’ 등에서 보이는 ‘..

우리말 바로 쓰기(8) - '들려야' 하나 '들러야' 하나

‘들려야’ 하나 ‘들러야’ 하나“엄마, 학교 끝나고 친구 집에 들렸다 올게요.” “다른 데는 들리지 말고 빨리 와야 한다.”엄마와 아이의 대화를 옮긴 것이다. 여기에서 ‘들렸다’ ‘들리지’는 바르게 적은 것일까? 말할 때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부분인데 막상 적으려고 하니 ‘들리다’인지 ‘들르다’인지, 또 이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헷갈린다.  예문에서처럼 지나는 길에 잠깐 들어가머무르는 행위를 나타낼 때는 ‘들리다’가 아닌 ‘들르다’를 써야 한다. ‘들르다’는 ‘들르고, 들르며’ 등과 같이 활용되는데 ‘-아/-어’ 앞에서는 매개모음인 ‘으’가 탈락한다. 따라서 ‘들르-’에 ‘-어’가 결합하면 ‘으’가 탈락하면서 ‘들러’가 된다.    그러므로 예문을 “엄마, 학교 끝나고 친구 집에 들렀다 올게요” “다..

우리말 돌아보기ㅡ마조장과 마경장

마조장(磨造匠)과 마경장(磨鏡匠) 어떤 분야의 기술자를 일러 장인(匠人)이라고 한다. 사람이 살아가거나 활동하는 데 필요한 물건이 많은 만큼 각 분야 장인도 무척 많다. 국어사전 안에 그런 장인을 가리키는 낱말이 꽤 실려 있는 편이지만 누락된 장인도 상당수다. 누락된 장인 명칭을 제시하자면 한이 없고, 풀이가 이상한 장인 이야기부터 해 볼까 한다. 마조장(磨造匠) : 조선 시대에, 선공감(繕工監) 및 지방 관아에 속해 연자매를 만드는 일을 맡아 하던 사람. 연자매란 말이나 소의 힘을 빌려 돌리는 커다란 맷돌 혹은 방아를 말하는데, 마조장은 연자매만 만들던 사람이 아니다. 한자를 보면 알 수 있는 것처럼 쇠나 나무 혹은 돌을 깎아서 각종 물건을 만들던 사람이 마조장이다. 조선 시대에 선공감에 속해 있기도 ..

우리말 둘러보기(1) ㅡ 콩

알 듯 모르는 콩꼬투리, 콩깍지, 콩꺼풀‘배나무 밑에서는 갓을 고쳐 쓰지 말라’는 말이 있다.의심받을 행동을 피하라는 소리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이 말은 원래 중국 양나라의 소명태자가 엮은 시문집 에서 나온 말인데, 여기에서는 李下不整冠(이하부정관), 즉 오얏나무 밑에서는 갓을 고쳐 매지 말라고 했기 때문이다. 어원을 살피면, 갓을 고쳐 매지 말아야 할 곳은 ‘배나무 밑’이 아니라 ‘오얏나무 밑’, 즉 ‘자두나무 밑’이라는 얘기다.그러나 속담 등에서 중요한 것은 글자의 의미가 아니라 글 속에 담긴 뜻이다. 자두나 배 모두 훔쳐서라도 먹고 싶은 맛난 과일이므로, “오해를 받을지 모르는 일은 하지 말라”는 뜻으로 ‘자두’와 ‘배’ 아무것이나 써도 상관없다.우리 속담에는 이처럼 꼼꼼..

우리말 음미(2) ㅡ'변죽'

'변죽' 변죽’이란 그릇이나 물건의 가장자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변죽을 울린다’는 말은 가장자리를 쳐서 복판을 울리게 하거나 그러리라는 예고를 한다는 뜻이다. 입말로 가장 많이 쓰는 변죽은 장구와 과녁이다. 장구의 경우 쇠가죽 중앙을 복판, 끝부분을 변죽이라고 한다. 변죽을 두드리면 경쾌한 소리 대신 툭툭거리는 탁음이 난다. 보통 변죽을 먼저 쳐서 연주가 시작되는 것을 알리는데, 그래서 ‘변죽 울리다’는 본론을 말하지 않고 간접적으로 알아차리게 한다는 뜻이다. 과녁의 경우 점수판 가장자리를 변죽이라고 한다. 화살이 변죽에 맞아 튕겨져 나가면 ‘변죽을 치다’라고 해 할 말을 곧장 하지 않고 상대가 헤아릴 수 있도록 넌지시 말한다는 뜻이 된다. 우리말에는 비유·속담·숙어 등이 많은 편인데, 에둘러 말함으로..

사귐과 관련된 우리말

사귐’과 관련된 우리말 친하다, 서먹서먹하다, 애틋하다 등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관계에서도 다양한 말이 쓰인다. 사귐과 관련된 우리말을 알아본다. ▶너나들이 : 서로 너니 나니 하고 부르며 허물없이 말을 건네는 사이 - 우리는 비밀이 없을 정도로 너나들이하는 사이입니다. ▶섬서하다 : 지내는 사이가 서먹서먹하다 - 고향에서 떠나 지내다 보니 동창들과 섬서해졌어. ▶짝지 : 뜻이 맞거나 매우 친한 사람을 이르는 말 - 우리는 만난 지 얼마 안 됐는데 어느새 둘도 없는 짝지가 되었다. 국립국어원 제공

우리말 음미(1) ㅡ나라 이름

나라 이름 "우여곡절 끝에 개최한 2020 도쿄올림픽이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이번 올림픽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 회원국 206개국 중 북한이 불참했고 난민 올림픽 선수단이 참가해 총 206개 팀이 아름다운 승부를 펼치게 됐다. 참가국 중에는 미국이나 중국, 프랑스처럼 익숙한 이름도 있지만 나미비아 같은 다소 낯선 이름도 눈에 띈다." 우리가 나라 이름을 부르는 방식에는 몇 가지 유형이 섞여 있다. 그 나라에서 쓰는 이름대로 지명이 정해진 경우도 있고 외부에서 부르는 이름을 따라 공식 지명을 삼는 경우도 있다. ‘한국’은 우리가 우리나라를 부르는 내부 지명이고 ‘코리아’는 외국에서 우리나라를 부르는 외부 지명이다. 오스트리아 사람들이 쓰는 내부 지명은 외스터라이히이고 ‘오스트리아’는 영어식 외부 지명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