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보이소! 어디 있어예?"

김혜란골롬바 2020. 7. 16. 12:47

"보이소! 어디 있어예?"

 

                                                                                  김 혜 란

 

총총걸음으로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현관 열쇠로 구멍에 열쇠를 꽂고 현관 문을 연다.

 

"보이소! 나 들어 왔어예!"

 

이 방에도, 저 방에도, 거실에도 안 보이네!

잘 하던 장난으로 방문 뒤에 숨었나?

 

7월 아주 무덥던,

삼계탕 집 앞에 사람들이 앞다퉈 줄을 서던,

초복이 지난 어느 날,

 

장식장 위에 영정 만을 남겨 두고

말없이 홀연히 떠나가 버린 그 사람!

 

무엇이 바빠서 36년 가까이  같이 살아 온 사람에게

먼저 간다고 짧은 인사 한마디 안 건네고

가버린 그 사람을

미워할 수도, 원망할 수도 없는가?

 

그래도 어디 있을까?

찾게 되는 어리석은 이 마음!

 

"보이소! 어디 있어예?"

(2008년 8월 고교 동기회 카페 행사로 급히 썼던 詩인데,

남편 12주기를 앞두고 카페를 뒤적여서 올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