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국내)

2011/05/25~27금원산 휴양림, 거창, 산청, 통영

김혜란골롬바 2023. 8. 25. 08:52

2011년 5월 25일(수)

동대구역에서 서울서 온 친구를 태워서 셋이서 거창으로 향했다.

갑작스러운 몸살감기로 컨디션이 안 좋은 친구의 몸 상태와, 이틀 동안 비가 온다는 일기 예보가 큰 악재였지만, 금원산 휴양림을 예약해 놓았기에 그대로 감행!

먼저 수승대와 서울 친구의 고향인 거창 황산에 있는 고택들을 둘러보았다.

 

예약해 놓은 휴양림은 마루가 갈라지고, 바퀴벌레가 나올 것 같은 낡고 노후한 시설에 실망했지만, 숲 속의 통나무집이 주위 계곡 경관과 함께 무지 좋았다.

안개로 자욱한 산길을 피톤치드를 실컷 들이마시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산책했다.

친구가 준비해 온 두부 송송 썰어 넣은 된장찌개, 간 새우젓 넣어 볶은 애호박, 부추전, 열무 물김치, 상추와 우리 집 제사상에 올라가는 거보다 더 큰 조기 두 마리까지 구워 놓고, 내가 챙겨 온 몇 가지 밑반찬과 함께 멋진 저녁상이 차려졌다.

게다가 곁들인 캔 맥주의 맛은 그야말로 환상적!

 

5/26(목)

아침에 일어나니 예보대로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래도 물안개 자욱한 숲 길이 너무 좋아서 차를 타고서 골짜기들을 다니다가 함양으로 갔다.

비어있는 친구의 고모님 댁에서 친구는 고모님의 심부름을 끝냈고, 저녁 반찬거리로  텃밭에서 상추와 부추를 뜯어 왔다.

지곡면사무소에서 문의하여 온 000 농원이라는 식당에 들어갔다.

진흙과 목재로만 지은 건물이 주변 환경과 너무 잘 어울렸고, 청국장과 함께 나온 여러 가지 반찬들이 너무 맛있어서 저녁 반찬 용으로 일회용 컵에 남은 것을 담았고, 집에 가져갈 청국장과 청국장 가루도 샀다.

 

통영, 거제로 가기 위해 고속도로로 올렸더니 산청 I.C를 지나게 되자 산청 지리산에 살고 있는 친구가 생각나서 전화해 보니 기꺼이 오라네!

주변 길이 공사 중이라고 데리러 온다면서 수철리라는 곳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우중에 부지런히 차를 몰고 왔다.

내 차는 세워 놓고 걔 차로 옮겨 타고는 끊임없는 친구의 지리산 예찬 얘기를 들으면서, 꼬불꼬불한 산길을 달려서 드디어 산꼭대기 구름 속에 놓여 있는 그림 같은 집에 도착!

다른 사람이 지어놓은 집을 샀는지라 너무 좁고, 또 서울을 오가면서 사는 생활이어서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서 카페 친구들을 초대하지 못한걸 무척 미안해하면서 지나가는 길에 서너 명 정도 찾아오는 건 언제든지 환영한다네! 

잠시 앉아 얘기 나누면서 인증샷을 찍고는 자고 가라는 친구의 권유를 뿌리치고 일어섰다. 저녁 반찬으로 먹으라고 얼굴에 벌레 물려 가면서 직접 뜯은 지리산 산나물로 만든 장아찌, 상추와 기피 낸 들깻가루까지 친정 엄마처럼 챙겨 주었다. 

아쉬운 이별을 하고는 우리들은 통영으로 향했다.

통영 관광특구 지구 바닷가에 위치한 작은 펜션에서 저녁을 차려 놓으니 대구 친구가 감기약 탓인지 밥을 통 못 먹어서 서울 친구가 죽을 끓여서 억지로 먹였다.

우리 둘은 아픈 친구 옆에서 맛있게 저녁 먹으면서 캔맥주까지 곁들였고....ㅎㅎ

 

5/27(금)

아침에 일어나서는 아파서 축 쳐져있는 친구는 더 누워 있으라 하고는 둘은 해안 도로 산책을 나섰다.

(펜션에서 바라보이는 아침 바다)

 

작은 선착장에서 막 잡아 온 멍게를 작업 중인 것을 보고는 사 왔더니 싱싱한 그 맛이란....!

아파서 못 먹는 친구에게는 무척 미안했다.

2만 원어치 사 왔는데 얼마나 많던지 실컷 먹고는 남은 것을 나누어서

대구 사는 친구와 나는 아이스 박스에 넣어 대구까지 갖고 왔다.

 

근처에 법정 스님이 수행했다는 미래사(彌來寺)로 갔다.

절 입구에 수행 스님들이 줄 지어 다니며 수도하는 오솔길 양 옆으로 삼(杉) 나무 숲이 너무 좋았다.

 

종려나무꽃

 

 

그러고는 다도해가 한눈에 보인다는 달아 공원으로 올라갔다.

 

통영 중앙 시장을 둘러보며 한 가지씩 사고는, 세 사람 다 처음인 거가대교를 건너서 대구로 가려고 거제로 갔다.

거제에 살고 있는 친구를 그냥 지나칠쏘냐? 싶어 서울 친구에게 우리 집인양 자랑삼아 데리고 가서 30여 분간 차를 마시며 머물다가  일어섰다.

친구네 야생화 밭

 

바람 타고 날아온 씨가 자연스레 금계국 밭을 이루었다네!

 

야도 우리를 반기네!ㅎㅎ

옛날 "팔도강산"이라는 영화에 늙으신 부모가 팔도에 흩어져 사는 아들, 딸들을 찾아다니듯이, 우리도 여기저기 살고 있는 친구들 찾아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네! 

빌려서 붙이고 간 친구의 네비가 업 그레이드가 되지 않아서 거가대교를 건너니 자동차는 바다 위에 떠 있는 표시가 나타났다.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물어서 부지런히 달렸건만 나의 길치 덕분으로 서울 친구는 예매해 놓은 오후 5시 반 KTX를 놓쳐서 고속버스를 타야 했다.

청도 I.C를 지날 때 청도 사는 친구를 향하여

"오늘은 바빠서 못 들르고 그냥 지나 간데이!"하고 외쳤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