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 - 곤죽 - 골탕
‘고추’는 우리 음식상에 없어서는 안 될 대표적 채소다.
고추가 조선 중기에 우리나라에 들어올 때 이름은 고초(苦草)였다.
글자 그대로 풀이하자면 ‘쓴 풀’이라고 하겠는데, ‘고초’가 후대로 내려오면서 소리의 변화(이화 작용)를 일으켜 ‘고추’가 되었다.
고추의 그 길쭉하고 뾰족한 모양에 착안하여 그와 비슷한 남자의 상징을 ‘고추’로 비유하기도 하였다.
참고로 오늘날 매운 고추를 ‘청양고추’라 하는데,
이는 매운 고추로 유명한 경상북도 ‘청송’과 ‘영양’에서 한 글자씩 따서 ‘청양고추’라 부르게 되었다.
충청남도 ‘청양’에서 비롯되었다 함은 잘못이다.
‘곤죽’은 밥이나 땅이 몹시 질퍽질퍽한 상태, 일이 엉망이 되어 갈피를 잡기 어려운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다.
원래 곤죽은 곯아서 썩은 죽을 뜻하는 말이었다.
그러다가 밥이 몹시 질거나 땅이 질척 질척한 상태를 가리키게 되었으며,
나아가 사람의 몸이 몹시 상하거나 늘어진 상태를 비유하는 말로 주로 사용하게 되었다. ‘술을 곤죽이 되도록 퍼 마셨군’과 같이 쓰인다.
‘골탕 먹다’는 ‘크게 곤란을 당하거나 손해를 입다’는 뜻이다.
골탕이란 원래 소의 머릿골과 등골을 맑은 장국에 넣어 끓여 익힌 맛있는 국물을 가리키는 말이므로, 골탕을 먹는 것은 맛있는 고기 국물을 먹는다는 말이었다.
그러던 것이 ‘곯다’라는 말이 골탕과 음운이 비슷함에 따라 ‘골탕’이라는 말에 ‘곯다’라는 의미가 더해지고,
또 ‘먹다’라는 말에 ‘입다’, ‘당하다’의 의미가 살아나서
‘골탕 먹다’가 ‘겉으로는 멀쩡하나 속으로 남모르는 큰 손해를 입게 되어 곤란을 겪는다.’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글’은 동사 ‘긋다’의 어간 ‘긋’에 그 어원이 있다.
지난날 ‘긋’은 ‘귿’으로 표기되다가 ㄷ - ㄹ의 교체 현상(듣고 - 들으니, 묻고 - 물으니 등 오늘날 ’ㄷ‘불규칙)에 따라 ‘글’이 되었다.
‘금’, ‘그림’도 같은 어원에서 된 말이다.
결국 ‘글’은 어떤 도구로 그어서 된 것이라는 뜻으로 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