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진아비
혼례를 치르기 위해서는 함을 팔고 사야 한다.
그래서 함진아비가 동원되고 동네방네 소리지르며 “함 사세요!”외고 외친다.
하지만 본래 함을 질 수 있는 것은 ‘아들 낳은 사람’만 자격이 있다.
그래서 과거에는 백부(伯父큰아버지)가 함을 지고 가는 경우가 많았다.
함을 지고 가면서 오징어를 얼굴에 붙이고 숯을 칠하는 등 험상궂게 하고 가는 것은 사악한 귀신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벽사의 의미가 있다.
요즘은 마부가 있고, 함진사람이 말을 흉내내고 있지만 이러한 행위는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함진아비’라는 말은 ‘함지다’의 관형사형 ‘함진’과 명사 아비(부(父)가 결합된 어형이다.
(조항범, <우리말 어원이야기>)
조 교수는 여기서 아비의 의미를 ‘남자’로 보았다.
‘기럭아비, 장물아비, 중신아비’ 등에서 보이는 ‘아비’는 ‘아버지’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사내’를 지칭한다고 하였다.
요즘은 의미가 변하여 ‘아비’의 뜻이 바람직하지 못한 쪽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장물아비나 돌진아비(하늘소), 윷진아비(윷놀이에서 자꾸 지면서도 다시 하자고 달려드는 사람)와 같이 비칭화하여 떳떳하지 못한 일을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데 이용되고 있다.(조항범, <위의 책>)
함을 팔고 사는 일이 즐거운 일이 되어야 하는데, 마부의 지나친 장난으로 행사를 망치는 일이 종종 있다.
과하게 술을 마시거나 함값을 뜯어 내기 위해 발걸음마다 수표(?) 깔아 놓으라고 으름장을 놓는 것도 보았다.
이러한 변질된 행사는 결혼의 신성함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원래는 함을 놓는 시루떡 밑에 노자가 들어 있게 마련이다.
오느라고 수고했다고 이미 상을 차려 놓고 기다리고 있는데 굳이 함값을 많이 뜯어내려고 하는 것은 금전만능주의가 낳은 인습이다.
아름다운 결혼의 행사가 인습으로 변질되고 있음은 기성세대가 반성해야 한다.
요즘을 그나마 이런 풍습도 사라졌다.
결혼식이 사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