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9/07/20(토) 남편 11주기와 막내 시누 남편 이야기

김혜란골롬바 2019. 7. 24. 16:39


연이은 폭우와 태풍 예보에 하늘 눈치만 보다가,

춘천 작은 딸네 도착하자 부지런히 점심 챙겨 먹고는

기일 전 날 남편 산소로 향했다.

아침부터 곧 비가 쏟아질 듯한 하늘이었지만 집에서 비가 안 오길래 나섰건만,

경산 지나니 내리기 시작한 비가 산소에 도착하니 남편 삼우 때 처럼 억수같이 퍼 붓네!

춘천서 운전해 와서는 쉬지도 못 하고 장인 산소로 운전케 한 사위에게 엄청 눈치 보이고....

손녀들이 나보다, 또 즈거 엄마보다 몸집이 크다보니 내 차에는 6명이 타기가 무지 불편했고,

산길이라 SUV가 더 안전하겠기에 사위 차로 움직였더니....

그냥 돌아설까 하다가 조심조심 산소에 가 보니 눈에 들어오는 예쁜 꽃바구니!



누가 다녀 갔는지 궁금한 마음에 상석 밑에 비치해 둔 플라스틱 통 안의

방명록 부터 딜다 보았다. 

비로 젖은 몸보다 더욱 더 마음과 눈을 흠뻑 젖게 만드는

3/27에  처남 산소를 찾으신 울진 죽변 사시는 막내 시누 남편의 글이 있었다.




해마다 한식이면 울진에 있는 조상님 산소를 찾던 남편의 뜻을 받들어

나도 한식이면 꼭 범물동 친정 부모님 산소와 시부모님과 남편의 묘소가 있는

경상공원을 찾았었는데,

지난 한식(4/6 토) 때는 1,2월 내내 아프던 후유증으로

도저히 운전 할 자신이 없어서 안 왔더니

이제사 눈물 겨운 이 글을 보네!


이 분은 우리 남편 떠나기 일년 여 남짓 전에 폐암 판정을 받아서 뇌암으로 까지 전이 되었었다.

그때의 우리 남편의 걱정은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그 소식 듣자마자 눈물을 흘리면서 서울 원자력 병원으로 달려 갔었고,

의대 출신의 사위와, 주위에 조금이라도 병원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과

폐암과 연관된 사람들에게 거의 매일 조언을 구했으며,

막내 여동생에게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하면서 매제의 근황과 안부를 물었다.


처남의 갑작스런 비보를 듣고는 치료 중에 한걸음에 빈소로 달려 와서는

"저보고 어떻게 해서라도 꼭 살아야 된다고 하시던 형님께서 왜 이렇게 가십니까?"

하고 통곡 하셔서 모두들 함께 울었는데....

치료 일정 땜에 장례식도 참석 못 하고 병원으로 가셨다가

억수같이 비를 퍼붓던 삼우 날에 다시 산소에 오셔서는 무릎 꿇고서

옆에서 우산을 씌워 줘도 온 몸이 젖는 것을 아량곳 않고, 장문의 애끓는 편지를 읽으셔서

또 모두를 눈물 바다로 만드셨다.

다행히 본인의 의지와 막내 시누이의 극진한 간호로 지금은 쾌차 하셨지만....

(어쩌면 우리 남편이 떠나면서 사랑하는 막내 매제의 병을 다 거두어 간게 아닐까?)

만날 기회 있을 때 마다 우리 식구들을 바라 보시는 애잔한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옛날에는 대구 사는 4남매들 모여서 먹으라고 각종 회, 대게, 문어등을 매년 몇 차례씩 보내

주셔서, 그날은 4남매 가족들이 모여서 놀면서 밤샘하곤 했었고,

우리 시아버님께서 돌아가신 2003년 부터는 해마다 장인, 장모, 두 처남 기제사에는

꼭 최상품의 문어와 골뱅이를 보내 주셨다. 

춘천 우리 딸네에게는 매년 대게를 맛보여 주셨고.....


10년 동안 가톨릭식과 유교식으로 지내오던 남편 기일을 내년 부터는 가톨릭식으로만

지내기로 했다.

남편은 생전에 "내가 죽거든 절대로 제사를 지내지 말라."고 입버릇 처럼 말해 왔었고, 

평소에 자기 땜에 다른 사람들을 번거럽게 하는걸 너무나 싫어 했던 사람인지라,

큰 집 조카들이 바쁜 중에 매년 기제사 지내러 오고,

명절이라고 식구들과 푸근히 아침 식사도 못 나누고 웃어른들 차례 지내자마자

범물동에서 우리집으로 달려 오곤 하는 것이 하늘의 남편도 불편했으리라!


한달 전에 나의 이런 뜻을 두 딸과 사위에게 알렸고,

부침개를 다 굽고서는 울진에서부터 15년 가까이 써 오던 대형 전기 후라이펜도 내버렸다.

이번에 기제사 지내러 온 조카들에게 그동안 수고 많았다고,

그리고 제사와 관계없이 작은 아버지가 기억되고, 시간이 허용 된다면

작은 아버지 기일이나 명절 연휴에 언제든지 와서 식사 함께 나누자고 일러 두었다.

10년 동안 잊지 않으시고 직원들 대동하여 기일 연미사에 참석해 주신 신협 이사장님께도

올해 부터는 아무쪼록 잊어 주십사고 당부 드렸다.

올해도 어김없이 제주도 사시는 남편 군대 선배님께서

기일을 잊지 않으시고 전화해 주셨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9/08/27(화) 울아버지 희곡 "나의 세계로" 공연  (0) 2019.08.28
울 아버지 이야기  (0) 2019.08.09
詩 - "빈 의자"  (0) 2019.03.02
2018년과 칠순  (0) 2019.01.01
어떤 죽음!  (0) 2018.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