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덜'
거덜은 조선시대에 말(馬)을 관리하던 관청인 사복시(司僕侍)의 하인(下人)으로,
귀인의 행차가 있을 때 그에 앞서가며 길을 틔우는 사람입니다.
즉, 임금이나 높은 사람을 모시고 갈 때 잡인의 통행을 통제하기 위하여 이렇게 외쳐 대던 하인을 말합니다.
"쉬~ 물렀거라~ 물렀거라!
대감마마 행차 납시오."
그 시대 ‘거덜’의 흔적이 오늘날에도 종로 뒷골목 ‘피맛골’에 남아 있지요.
지체 높은 지배자의 곁에서 “쉬~ 물렀거라” 하고 권마성(勸馬聲)을 외치는 거덜은 단지 권마성을 외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길거리에서 온갖 악행을 다 저질렀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시대 고관들의 주요 통로였던 종로길의 백성들에게 이로 인한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또한 높은 관리들이 지나갈 때마다 고개를 굽히며 예를 갖춰야 했고,
행렬이 다 지나갈 때까지 계속 구부리고 있어야 했기 때문인데,
이처럼 일일이 예를 갖추다 보면 도무지 갈 길을 제 시간에 갈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예를 갖추지 않았다가는 현장에서 바로 거덜의 발길질에 치도곤을 당하기 십상이었죠.
그래서 생겨난 것이 피맛길!
이른바 ‘힘없는 백성들, 즉 아랫것’들은 아예 구불구불하지만 지저분한 뒷골목으로 다니는 것이 차라리 마음 편했던 것이죠.
‘피맛길’은 '높은 사람의 말을 피한다(피마 避馬)'는 데서 온 말인데,
사실은 그 말 옆에 따르거나 앞장서서 거들먹거리는 '거덜'을 피하는 것이었습니다.
낮은 신분이었지만 지체 높은 사람들을 직접 모시다 보니 우월감에 사로잡혀 몸을 몹시 흔들며 우쭐거리며 걸었답니다.
이 때문에 사람이 몸을 흔드는 것을 가리켜
'거덜거린다, 거들먹거린다' 하고,
몹시 몸을 흔드는 말을 ‘거덜마(馬)’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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