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詩 "딸을 낳던 날의 기억"

김혜란골롬바 2015. 11. 17. 07:03

             

 "딸을 낳던 날의 기억"

                                                      김  혜  란

 

"하늘이 노오래지도록 아파야 나온데이!"

하늘이 몇 차례나 노오래지고

둘이서 만들어 놓고는

왜 나만 아파야 되느냐고 울부짖기도 하고,

무지 덥던 여름날에

10시간이 넘도록 몸부림치다가

지 에미를 혼절시켜 놓고 세상에 나온 큰 딸!

 

소가 저녁 여물 먹고,

편히 쉬는 시간에 태어나서

편안한 팔자라지만,

살림 밑천 낳았다는 출산의 기쁨보다

너도 소띠 엄마처럼 소띠 딸이기에

이 고통을 역시 겪어야 된다는 슬픔만 밀려 왔었네.

 

살을 에이는 소한 추위가 몰아치는 새벽에

아픈 배를 움켜쥐고 들어간 작은 병원에서

에미가 울부짖을 때 마다

세 돌 안 된 큰 딸은

옆에서 같이 울어 댔었네.

"예쁜 공주네요!" 라는 간호사의 소리에

다시 뱃 속에 들어 가라고,

물러 달라고,

투정 부리고 싶었네.

 

에미 몸조리 하라고

아침이면 에미 뺏겨 축 쳐진 어깨로

즈 애비 출근 길에 즈네 고모 집으로 쫓겨가던 큰 애는

저녁에 꾀죄죄한 얼굴로 돌아 와서는

지 자리 빼앗은 동생부터 딜다 보며

얼굴 부비 대었네.

 

 

                           2015년 11월 15일

                                  동기회 카페 "Lily 39" 행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