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낳던 날의 기억"
김 혜 란
"하늘이 노오래지도록 아파야 나온데이!"
하늘이 몇 차례나 노오래지고
둘이서 만들어 놓고는
왜 나만 아파야 되느냐고 울부짖기도 하고,
무지 덥던 여름날에
10시간이 넘도록 몸부림치다가
지 에미를 혼절시켜 놓고 세상에 나온 큰 딸!
소가 저녁 여물 먹고,
편히 쉬는 시간에 태어나서
편안한 팔자라지만,
살림 밑천 낳았다는 출산의 기쁨보다
너도 소띠 엄마처럼 소띠 딸이기에
이 고통을 역시 겪어야 된다는 슬픔만 밀려 왔었네.
살을 에이는 소한 추위가 몰아치는 새벽에
아픈 배를 움켜쥐고 들어간 작은 병원에서
에미가 울부짖을 때 마다
세 돌 안 된 큰 딸은
옆에서 같이 울어 댔었네.
"예쁜 공주네요!" 라는 간호사의 소리에
다시 뱃 속에 들어 가라고,
물러 달라고,
투정 부리고 싶었네.
에미 몸조리 하라고
아침이면 에미 뺏겨 축 쳐진 어깨로
즈 애비 출근 길에 즈네 고모 집으로 쫓겨가던 큰 애는
저녁에 꾀죄죄한 얼굴로 돌아 와서는
지 자리 빼앗은 동생부터 딜다 보며
얼굴 부비 대었네.
2015년 11월 15일
동기회 카페 "Lily 39" 행사에서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6/11/27 본당의 날 행사 - "나성에 가면" (0) | 2016.11.29 |
---|---|
[스크랩] Re:자고나니 유명해졌네.- 이 정도면 유명 인사? ㅋㅋ (0) | 2016.09.27 |
초복과 닭 반 마리 (0) | 2015.06.29 |
2014/11/23 본당의날 행사 - "나성에 가면" (0) | 2014.12.25 |
[스크랩] ME(1989.7.28~30)에서 나눈 편지 (0) | 2014.07.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