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초복과 닭 반 마리

김혜란골롬바 2015. 6. 29. 09:26

2008년 초복 전날(2008.7.18)

그때 나는 매주 금요일 오후엔 범물동 용지 아파트에서

독거 노인과 장애인, 소년 가장들에게 도시락 배달을 했었다.

그날 메뉴는 백숙한 닭 반마리와 찰밥, 배추 겉절이였다.

혼자 사시는 어느 할아버지 댁에 갔더니, 당신은 닭고기 못 잡수신다고

백숙은 마다 하셨다.

할 수 없이 집에 갖고 와서, 그 다음날 초복날(토) 점심 때 찰밥을 따로 만들어서

내가 한 백숙인양 식탁에 차려 놓았다.

"초복이라고 백숙했나베?

처형도 오라 하지? 그런데 왜 니 그릇엔 고기가 없노? "

"남는게 싫어서 반마리만 했어예!"

"손이 적기는...! 이왕 하는거 한 마리 해서 처형도 부르지"

하면서 자기는 다리살 싫다고 나의 국그릇에 넣어 주었다.

(이 사람과 우리 큰 딸은 가슴살만 먹기에 가장 맛있는 부위인

닭다리와 날개는 항상 나의 몫이었다 ㅎㅎ)

 

그러고는 그 다음날(7월 20일) 밤에 그는 떠났다.

그래서 나는 해마다 초복이 되면 닭 반 마리가 생각나고,

그 닭의 비밀(?)을 모른채 떠난 남편이 생각나고,

삼계탕 집에서 온 마리 닭을 마주하면 죄책감이 나고....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집에서 닭백숙은 절대 안 할거다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에서......

올해는 초복이 좀 빠르네!